2014.02.13 최우수 작품상 / 감독상 (극영화) 후보 발표
최우수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7편의 작품들은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을 다루고 있지만, 내적 또는 외적 혼란을 겪는 캐릭터들에 매료되게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극한의 상황 또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면 본성을 드러내게 되는데, 다음에 언급할 영화들은 모두 그러한 상황 속에서 복잡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 이돈구, 103분 영화는 폭력적인 액션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습니다. 그 시작과 끝 사이에는 서로 급격하게 가까워진 (상처받기 쉬운) 두 주인공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배우 출신 이돈구 감독의 첫 장편 영화 <가시꽃>은 초저예산으로 제작되었으며 감정이 요동치는 작품입니다. 완성도 높은 각본에 힘을 얻은 두 명의 주인공 (신인배우) 남연우와 양조아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감독 신연식, 140분 <러시안 소설>은 소설가에 대한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문학 정신을 담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글을 쓰는 여러 등장인물의 야망, 불안감, 재능, 환영을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신연식 감독은 연기력 있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각각의 인물에 풍부한 앙상블을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편집에 있어 최면을 거는 듯한 탁월한 리듬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관객들이 많은 구어체와 문어체를 만날 수 있는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감독 신수원, 107분 <명왕성>이 한국의 많은 고등학생 사이에 존재하는 치열한 경쟁을 다룬 첫 번째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이 작품은 독특합니다. 이다윗이 맡은 주인공 준은 명문 사립고로 전학을 간 후 최상위권 학생들의 어두운 비밀을 알게 되고 변화를 겪게 됩니다. 강렬한 스토리텔링과 미학적으로 창의적인 <명왕성>은 신수원 감독의 앞으로 경력에 흥미로운 일보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감독 연상호, 100분 <돼지의 왕>으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감독 연상호의 두 번째 장편 <사이비>는 수몰예정지역인 마을의 한 복음교회가 배경입니다. 주정뱅이 폭군이자 환영받지 못하는 공동체 구성원 중 한 명이 유일하게 교회의 대표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의 경고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사이비>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한국 영화 중 가장 어둡고 음울한 영화 중 하나지만, 동시에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들로 야심 찬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한 작품입니다.

감독 엄태화, 98분 <잉투기>는 아주 명확한 중심적 대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장면에서 한 인터넷 게이머가 그의 온라인상 라이벌에게 급습을 당하고 영화의 남은 시간 동안 복수를 위해 그를 찾아 다닙니다. 그러나 영화는 복수를 넘어서 한 인물에 대해 탐구합니다. 비록 그 구조가 순환하거나 갈 곳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비범한 주요 캐릭터들에 대해 더욱 흥미로운 디테일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배우 엄태구와 류혜영의 혼신의 연기가 영화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감독 장건재, 65분 한 신혼부부가 금전적 문제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면서 아기를 가질지 말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장건재 감독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22일 동안 <잠 못 드는 밤>을 촬영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배우, 스텝들은 감독과 기거하며 함께 캐릭터와 스토리를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영화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또한, 가장 단순한 재료로 복잡 미묘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흥미로운 방식의 영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감독 오멸, 108분 이 저예산 작품은 작년 3월 개봉하여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1948년 제주 4.3 사건으로 인한 양민 대학살이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흑백으로 대비되는 빼어난 영상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주 출신인 오멸 감독이 연출한 <지슬>은 제주 방언과 출연진이 리얼리티를 더욱 살렸습니다. 또한, 영화는 기존 한국영화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이끌어 냈으며, 동시에 상업적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은 위 일곱 후보 중에서 선정됩니다. 최종 수상작은 2월 말에 발표됩니다. 후보로 선정된 작품 외에 후보로 거론된 60편이 넘는 훌륭한 작품 중에는 관객 평가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많은 작품이 있었습니다. 특히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단 한 표 차이로 일곱 편의 후보에 들지 못했으며, <우리 선희> 또한 많은 득표를 했습니다. <경복>,<코알라>,<1999, 면회> 또한 사전 투표 후보작에는 올랐지만, 최종 후보에 선정되지는 못했습니다. 활력 넘치는 한국 저예산-독립 영화계를 이야기하면서, 관객평가단 사이에서도 아주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4.02.12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후보 발표
최근 몇 년간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스타일과 주제가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일곱 편의 작품들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한국의 다큐멘터리가 매우 창의적인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논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체적인 관객층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으며, 비록 힘겨운 싸움일지라도 진보를 이루어 내고 있습니다.

감독 이창재, 104분 2013년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한국 다큐멘터리인 <길 위에서>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공간에 살고 있는 신참들과 고참들의 생각과 고민을 탐구합니다. 전작 <사이에서>(2006)를 통해 한국 샤머니즘을 탐색했던 이창재 감독은 유달리 제약이 많은 이 공간에서 간신히 촬영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영화를 통해 그는 훌륭한 감수성을 가지고 주제에 접근하며, 매우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집니다.

감독 김성희, 93분 한국 최초의 주류 패션 디자이너로 현재 80대 중반인 노라노의 인생과 직업 경력은 드라마로 채워져 있습니다. 신인감독 김성희는 노라노의 삶에 있어 몇 가지 교차로에 초점을 맞춥니다. 젊은 시절에 겪은 이혼부터 한국 패션계에 그녀가 도입한 전면적인 변화 등이 그것입니다. 아카이브 영상자료와 새로운 인터뷰를 통해서, <노라노>는 헌신과 비전을 가지고 궁극적으로 한국을 바꾼 한 여성의 빼어난 이미지를 제시합니다.

감독 정재은, 106분 <말하는 건축 시티: 홀>은 정재은 감독의 멋진 전작인 <말하는 건축가>(2012)의 속편은 아니지만 그것과 짝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말하는 건축가>가 현대 사회에서 건축의 의미와 용도에 대해 탐험했다면, 이 작품은 서울시 신청사 건립의 발주와 설계, 건설 과정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관객은 이 영화를 봄으로써 한 건축물의 최종 형태를 낳는 결정 과정의 복잡한 층위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감독 임흥순, 93분 미술가로 활동해온 임흥순 감독은 <비념>에서 제주도와 제주 사람들, 그리고 제주 4.3 사건에 대해 아득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애도의 초상을 제시합니다. 빼어나게 직조된 자연의 이미지와 더불어 전개되는 노년의 지역 사람들과의 인터뷰는 제주 풍경의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 역사에 대한 감각을 제시합니다.

감독 이호재, 105분 애초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로서는 아주 나쁜 아이디어처럼 보였습니다. 네 명의 젊은 대학 졸업생들이 오직 영화 제작 기술로만 버티면서 유럽에서 1년을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명백한 실패처럼 보였던 것이 예기치 않은 하나의 성공으로 전환됩니다. 입소문을 통해 잔잔한 흥행몰이를 한 이 작품은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정신과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을 잘 포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감독 강석필, 95분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뿌리는 액티비즘 영화 제작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춤추는 숲>은 그러한 액티비즘 다큐멘터리가 오늘날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영화 제목에 담긴 ‘숲’은 서울 한복판에 솟아 있는, 작지만 나무가 우거진 산인 성미산을 지칭합니다. 영화는 이 산 주변에서 독특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동네 사람들, 그리고 이 산을 개발하고자 하는 시 공무원, 사업상 이해관계의 씁쓸한 싸움을 묘사합니다.

감독 장률, 96분 이 다큐멘터리는 원래 매년 전주국제영화제가 의뢰하는 옴니버스 프로젝트인 <디지털 삼인삼색 2013-이방인>에 포함된 42분짜리 단편 작품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장률 감독은 이를 별도의 극장 개봉을 위해 장편 길이의 작품으로 확대했습니다. 영화는 한국에 살고 있는 여러 이주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최근에 꾼 꿈은 무엇인지를 물으면서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또한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경험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이주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풍경을 빼어난 촬영을 통해 제시합니다. 그 결과는 외국 땅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경험에 대한 통찰력 있고 사려 깊은 관찰로 귀결됩니다.
여우주연상 + 남우주연상
위에 소개한 일곱 편의 후보는 모두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상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수상자는 2월 말 발표됩니다. 선정 위원회 위원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아쉽게도 최종 7편의 후보에 오르지 못한 다른 다큐멘터리 작품으로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다룬 <천안함 프로젝트>, 젊은 여성 권투선수와 그녀의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그린 <링>, 그리고 나라만신 김금화에 대한 다큐멘터리 <비단꽃길> 등이 있습니다.